26 Feb, 2021 - 30 Apr, 2021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놀이터
- 심승욱-
내가 익히 알던 세계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낯설게 다가왔다. 그 비현실 같은 현실을 사실로 인정하기까지 다양한 충돌과 저항 속에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며, 삶 속에서 누리던 많은 것들의 가치를 복원하려 발버둥 친다. 마치 놀이가 금지된 놀이터를 바라보는 아이처럼 눈앞에 있으나 누릴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모습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생경한 현실은 갑자기 엄습한 것은 아니었다. 잠재적 불안은 늘 암시적인 좁은 통로를 열어 놓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그 통로를 우회하지 못할 어떤 순간에 직면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 늘 평범하게 누리던 많은 것들이 허락되지 않는 시간 속에 여전히 자리하며 부자유함의 답답함과 예측 불가의 두려움으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놀이터를 상상해 본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간 익숙했을 작품표현형식의 일관성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작가가 이런 작업을 해 왔나?”라고 할 수 있을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각 작품의 표현형식은 상호 연관성이 모호하기까지 하다. 그와 함께 구성된 입체와 사진 작업 역시 그 느낌을 가중한다. 그것은 놀이터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처럼 경험된다. 그 경험은 우리가 욕망하는 불안정한 세계에 관한 허상과 실제이며 존재와 부재를 의미한다. 그것은 정교하고 복잡한 다양함과 이채로운 풍요로 꾸며져 있지만, 그것들을 통해 경험되는 것들은 사실 허무한 허상의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동대학원 조각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14년 사치 & 프루덴셜 아이 어워즈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이다.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온 ‘구축과 해체’는 검은색 합성수지를 이용해 구축과 해체 사이의 모호한 지점을 포착한 형태로,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결국 욕망에서부터 생겨난 상호관계 속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2021년 갤러리로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그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가의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