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Apr, 2019 - 15 Jun, 2019
Gallery Open
11:00 - 19:00 Mon-Fri
11:00 - 17:00 Sat
(일요일, 공휴일 휴무)
2019년 봄을 맞이하는 갤러리로얄의 전시는, “차茶 그릇”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생활에서 특별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공예가 12인의 차 문화를 담는 그릇을 함께 구성하여 자연스레 삶 속에 스며든 차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인간의 기호식품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차는 지금 우리 역사상 어느 때보다 사랑 받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다도茶道 라는 단어로 차 문화를 표현하듯, 차를 마신다는 것은 ‘음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다도에는 차를 달이고 따르고 마시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문화가 중시하는 정신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차 도구는 차가 생겨난 이후의 산물입니다. 모든 기물이 그렇듯이 차 도구 또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맞춰 만들어집니다. 차인들의 미적 안목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쓰임새 있고 아름다운 차 도구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 또한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작가들은 기물의 가치를 단순히 사용감에 두지 않고, 내면 깊이 숨어 있는 그 이유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보태어 다수가 공감할 보편적 쓰임의 구현을 이루어 내며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12인 참여 작가의 각 기물(器物)들은 한 공간 안에서 독립적으로 혹은 함께 어우러지며, 새로운 찻자리에 대한 미적 해석을 제시합니다.
반가운 자리
이영호 주소원 전용일
영국에서는 ‘애프터눈티’와 ‘하이티’를 즐기며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누곤 했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세련된 매너를 발휘하고 또 배우는 교류의 장으로 차 문화를 즐겨왔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홍차 세트로 꾸며본 반가운 자리에서 마음속의 기쁨과 기대를 한껏 표현하며 차를 마시는 즐거움과 나누는 풍성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머무는 자리
박성욱 김상인 이준호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호흡과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덤벙분청의 태토를 머금은 백색과 백자의 절제된 형태는 자연스레 시선을 끌어 그 자체를 감상하게 만듭니다. 그 경험이 불러 일으키는 청량감에 젖어들면 어느 덧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낍니다.
머무는 자리에서 기물을 가만히 바라볼수록 감동이 진해지듯이 점점 짙어지는 차향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사색하는 자리
이인진 이정미 이혜진 홍성일
울퉁불퉁하고 정돈되지 못한, 언뜻 보면 불완전해 보이는 작품 안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과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인간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공허함을 사색으로 메웁니다. 사색하는 자리를 채우는 작가들은 작품을 이면까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관조하며 한 잔의 차를 보다 풍성하고 자극적으로 향유하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자리
10명의 작가 + 서정화, 양웅걸
12명의 작가들이 모인 전시의 의미를 담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작가마다 가진 생각과 마음을 담아 편안하게 차를 함께하며 타인에게 건강한 영감을 나눌 수 있으면 합니다. 작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깊은 곳으로 인도하며 큰 울림을 줍니다.
중앙대학교 디자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상인 작가는 통인화랑, KCDF, 호림아트센터,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작가는 조선시대 백자가 지닌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끝없는 탐구를 이어간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몸소 자신의 작품 위에 음식을 담아보고 다뤄보면서 사람의 손에 적합한 도자를 빚어 나간다. 전통과 현대, 개성적 미감과 유용성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김상인 작가의 작품이 지닌 매력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MUSSO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욱 작가는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 도자전공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도자공예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가하였다. 작가는 재료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겹겹이 쌓아 올린 흙에 작가만의 덤벙 기법이 더해질 때, 분청의 자유로운 미감과 백자의 단정한 멋스러움은 조화를 이룬다. 재료와 불길의 흔적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의 작품을 조용히 머물며 바라보기를 권해본다.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호벤에서 contextual design을 전공한 뒤 유럽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현재는 성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서정화’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작가는 감각적인 경험의 증폭제로서 작품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소재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소재의 물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제작 기법 및 형태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이다. 재료의 질감을 살리고 장인의 섬세한 손기술을 담아낸 서정화 작가의 작품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어울림’의 맛이 담겨 있다.
계원 디자인 예술대학 아트퍼니쳐 트랙 전공을 졸업한 양웅걸 작가는 현재 양웅걸퍼니쳐스튜디오의 대표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지극히 실용적이면서도 공예적인 독창성이 숨쉬는 작가의 가구는 국내외 전시를 통해 호평 받아왔다. 또한 작가는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그의 작품활동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나무를 주된 소재로 하면서도 다양한 재료의 특색이 공존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많은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영역을 유연하게 확장시켜 나간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에 유산요를 설립한 이영호 작가는 자연과 인간에 보편적으로 내재된 ‘단순함’의 표현에 주목한다. 조선 선비 문화의 간결함과 단정함이 응축된 그의 백자에서는 시서화를 매개로 교류하며 담소를 나누던 선비들의 아취가 풍겨나온다. 작가의 작품이 간직한 고아함은 불필요한 것을 뺌으로써 완성된다. 이는 절제의 실현을 통해 역설적으로 완전하고 무결한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전공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도예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인진 작가는 30년간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작가는 인간과 흙의 반가운 만남을 주재하는 도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과 흙이 간직한 물성이 조우할 때 서로의 매력이 얼마나 배가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섭리는 물론 인간의 삶을 사유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도예전공을 졸업한 이정미 작가는 현재 금토세라믹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작품이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처럼 작가의 다기와 차는 사색의 자리를 마련하여 일상을 감성으로 채워 나간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작가는 수 차례 옻칠과 사포질을 반복함으로써 특유의 선명한 색감과 단단한 느낌을 구현한다.
이혜진 작가는 전라남도 보성에 위치한 도도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차 도구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본연의 의미를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그의 다기에는 한 시대의 차 문화를 그대로 담아내는 솔직함이 녹아 있다. 옹기와 분청의 미감을 바탕으로 한 이혜진 작가의 작품은 간결한 형태와 소박한 색감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따뜻함과 친숙함을 선사한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마이애미 대학 금속공예 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전용일 작가는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며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공예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며,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시적인’ 사물을 제작하고자 한다. 비정형에서 정형으로, 추상적 사물에서 기능적 사물로 변화를 거듭해 오며 그의 작품에는 형태, 구조, 기능에 대한 작가의 숙고와 경험이 자연스레 응축되어 왔다. 은으로 제작된 작가의 주전자를 통해 느껴지는 차의 온기는 반가운 상대를 만났을 때의 온정을 연상시킨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금속공예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공예과 금속공예전공을 수료한후 로체스터 공과대학 금속공예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주소원 작가는 미국 코넬대학 조소과에서 인디펜던트 스터디를,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서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금속을 이용하여 장신구, 회화, 설치, 영상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 왔다. 은제로 구현한 작품의 유기적인 형태에서는 작가 특유의 우아한 생명감이 두드러진다. 섬세한 은제 다기를 통해 전해지는 차의 온기는 반가운 이와 함께 하는 차 자리의 따뜻함을 닮았다.
홍성일 작가는 전라남도 보성에 위치한 노산도방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좀처럼 결정하기 힘든 두가지의 선택에서부터 출발한다. \'보기좋게 만들것인가, 쓰기좋게 만들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편의와 효율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오늘날의 삶 속에서도 작가는 전통적인 미감과 여유를 간직한 작품을 제작하고자 한다. 홍성일 작가는 천연 유약을 사용하는 등 전통의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따뜻한 옹기의 미감을 구현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