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ug, 2010 - 12 Sep, 2010
이번 전시의 제목인 ‘THERE, THERE’는 영국의 락밴드 Radiohead의 'Hail to the Thief'앨범에 있는 곡 중의 하나이다. 그 가사에는 “Just because you feel it, Doesn't mean it's there(단지 당신이 느낀다고 해서 그게 정말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라는 말과 함께 암흑과 공포의 공간에 갇혀있는 익명의 존재를 묘사하고 있다. 그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 일종의 가상공간이지만 그들의 노래에서 묻어나오는 신들린 듯한 리듬과 멜로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광기와 망상을 여지없이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얼핏 들어보면 그들의 음악은 소수 매니아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강박증적이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hysterical'한 사운드로 비쳐질 수 있으나, 결코 간과하기 힘든 강한 충동과 잠재력을 지닌 동시대에 항변하는 정신적 폭탄의 음악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박주욱과 김형관은 이러한 그들의 음악을 단지 코드가 맞는 개인취향의 정서가 아닌 동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시지각의 공간으로 재인식하고 상상한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 인간으로부터 강요받았던 희생과 파괴의 논리를 온전히 되짚어 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휴머니즘과 진보의 논리로 귀결되는 개발과 미래지향적 비전은 거꾸로 모든 사물을 왜곡하고 그 구조배열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버린다. 자연대 인간이 아닌 인간 상호간에 암묵적으로 합의된 바대로의 편의에 의해 자연은 소실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러한 변형과 이탈의 생리에 길들여져 있지만 스스로는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Radiohead의 음악은 마치 주술처럼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와 고통들을 들추어내 소생시킨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자연의 고통이던지 혹은 인간에 대한 고통이던 간에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갔던 무지막지한 가속도의 열량에 대한 되돌림인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저 땅 속 깊은 곧 어딘가에 나의 편안한 안식처가 있을 것만 같은 환영에 빠지게 된다. 그 곳은 세상의 모든 울분과 분노를 고스란히 잘게 부셔놓은 아주 밝은 신기루의 모래알들처럼 귀와 심장을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상처의 치유이자 새로운 소생이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멀리 내던져진 유배의 공간이 아닌 스스로 몸을 던져 기거하고 있는 자생적 발생의 공간이다.
아마 모든 것이 결정된바 대로의 식이라면 부정의 습관은 긍정의 힘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이미 그 곳에는 있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모든 존재감을 가려버린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헌 녹들이 벗겨지기 위해선 무수한 마찰력과 저항의 면역이 필요하다. 생존이 희생과 상처를 만드는 것처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Goldsmith University, UK에서 Fine Art MFA를 수료하였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9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