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Mar, 2011 - 10 Apr, 2011
‘스마일 플래닛’이란 아티스트 브랜드로 일상 속의 각종 기성품, 시장에서의 플라스틱 오브제, 버려진 재활용품 등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생산해온 윤정원의 작업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의상, 생활소품, 조명,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로 생산돼 왔다. 갤러리로얄과 갤러리스케이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구두를 사용한 샹들리에 및 각종 설치물과 대형 목걸이 조형물, 그리고 회화 작업을 새로이 선보인다. ‘스마일플래닛’의 원천이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회화 작업의 경우, 설치 작업의 모티브들이 화폭 속에서 회화의 우연적이고 비개연적인 내러티브로 전개됨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공간으로 드러난다. 방문객들은 회화(갤러리스케이프)와 설치(갤러리로얄)로 구분하여 구성된 두개의 전시공간을 오가는 가운데 일상-디자인-순수예술이 서로 교차되고 영향하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창조적 에너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윤정원은 작가로 데뷔한 지 9년 만에 자신의 색깔이 뭔지를 확실히 드러냈는데, 이것이 ‘Smileplant-웃음행성’ (2007년 6월 갤러리 상 157에서 출발)이다. 이곳은 윤정원이 그토록 품었던 꿈을 실현하는 가상공간이며, 안식처이며, 자신을 치유하는 곳이자 타인에게 웃음을 주려는 교감의 장소이며, 상상 속의 우주여행을 하기 위한 우주선이다. ‘Smileplant’은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것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공간의 특성에 따라 이동 가능한 유동적인 형태를 띤다. 그러니까 철물점, 패션숍, 조명가게, 가방가게 등등이 합쳐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오브제 아트의 만물상 숍으로 보면 된다. 일반 숍과는 달리 이곳의 거의 모든 작품들은 쓸모 없이 버려졌거나 쓰이지 않은 여러 가지 것들(생산품이전의 플라스틱 재료, 레고, 각종 장난감, 액세서리, 가방, 모자 등등)을 주재료로 재활용하여 이것저것을 콜라지한 것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일상용품)과 예술품 사이의 생산품을 만들어 낸다. 아직은 작가가 상상하는 만큼 채워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생산품들은 옷, 가방, 신발, 모자, 조명등, 액세서리, 테이블 등의 종류들로서 각각의 다양한 형태로 나눠진다.
윤정원은 드로잉, 회화, 오브제 아트, 설치
등 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이 영역을 자유로이 오가는 과정에서 그의
모든 작품은 서로 이어지고 형성되며, 동시에 ‘생산-유통’
기능의 기어역할을 하게 되는 ‘Smileplant’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모티프는 드로잉과 회화를 동시에 드러낸 ‘날아라’ 연작이다. 그렇다면
다시 이 ‘날아라’는 작가의 어떤 히스토리에서 오는 것일까? 다름 아닌 그의 어릴 적 삶과 선천적인
성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윤정원은 산만하고 분주하며, 낙천적이고 즉흥적인 자유분방한 성격을 타고 났다.
그래서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해 늘 바깥세상을
동경하며 그쪽으로 몸이 움직여졌고, 자연히 복잡한 세상과 사회의 틀 자체를 싫어했다. 가정이나 사회의 규범의 잣대로 그를 규제하면 할수록 그는 걷잡을 수없이 튕겨져 나갔고, 결국 ‘그림’(미술=예술)이라는 세상으로 탈출하였다. 부모님이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으며
미술학원을 전혀 다녀본 적이 없는 그는, 음악을 수시로 듣고 집안보다는 바깥을 돌아다니며 그림 세상
속의 풍경들을 만났다. 윤정원에게 있어서 이 행위는 중고교(이때는
생각으로만 그림을 그림)를 거쳐 독일로 건너갔다 다시 한국으로 오기까지 계속 지속되어 왔다. 자신을 찾기 위한, 자신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위로서 그는 눈만
뜨면 바깥세상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것들을 보고-느끼고-상상하고-그리고-만들어왔던
것이다.
윤정원이 세상 구경을 위해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은 남대문에서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주변 일대다.
사실 이곳에는 예술을 실천할 수 있는 모티프들이
우글우글하며, 창작의 재료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 또한 무한히 깔려 있다. 흥미롭게도 그는 이곳을 우주의 세계로 간주한다. 플라스틱, 유리구슬 재료 하나하나가 별이 되며, 사람들 또한 별로 상상하고
인식한다. 이들이 하나로 모여 우주가 된다.
그리하여 공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쓰여
지는 샹들리에가 둥둥 떠다니는 화려한 ‘우주의 꽃’으로 변신했다.
갇혀 있는 세상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그는
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속에서 하루 평균 12-15시간 정도 보낸다. 정말 연구 대상이다. 떠 있는 세상을 좋아하고, 가볍고 화려함을 좋아하며,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사이클 같은 흐름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순환의 진리에 대한 믿음과 상상력으로 인해 이 세상에 떠다니는 먼지들은 구슬이
되고 하트가 되는 등, 그 ‘우주의 꽃’은 그저 보기에는 화려한 샹들리에 정도로 보여 질 수도 있지만
작가의 세계에 있어서는 엄청난 존재로 다가온다. 그 속에 살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자신을 대신하여 사슴, 개, 고양이, 호랑이, 돼지, 닭, 코뿔소, 젖소, 산양 등의 동물들을 곳곳에 놓았다. 자신을 다양하게 변신하여 6개의 행성에 방목한 꼴이다.
이 작품을 소설, 수필, 만화 등의 책으로 가정해 본다. ‘우주의 꽃’이라는 제목으로 100부작 중 아직 6부작 밖에 쓰지 않았다. 6개의 행성에 관한 스토리를 이미지 언어로
쓴 것인데, 이는 양성언어에 길들여진 우리가 각자가 지닌 음성언어의 폭에 따라 읽어(해석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전제한다.
윤정원은 늘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3초 이상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써버리고, 지적인 작업을 하고픈 생각이 없다고 한다. 정말 모든 것을 써버리며, 아무런 생각이 없을까? 이 말들은 어지러운 세상과 규정된 틀들에
대한 항변처럼 보여 진다. 수직과 수평의 길처럼 제도화된 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밖에 없는 몸부림으로
말이다. 세상은 점점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데 윤정원은 그 반대의 아날로그 세상에서 놀고 있다. 영원히 거기서 살기를 원한다. 그곳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는 상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화려한 이미지가 많은 곳을 찾아 순간의 영감을 채는, ‘눈 드로잉’을 수없이 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히 그의 두뇌와 마음속에 그간 보아오고 인식했던 이미지들이 축적되어 ‘이미지 사전’처럼
꽉 차여져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현세를 통해 몸으로 쓰여 진 시나리오에 의해 그 언어 하나하나가 타인의 세계의 이미지들로 대입시켜져 윤정원만의 판타지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당위성 이면에, ‘우주의 꽃’이 피어나기 이전의 시원(始原)의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태도가 숨겨져 있다.
이관훈 (큐레이터,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