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Sep, 2011 - 16 Oct, 2011
욕실문화선도기업 로얄&컴퍼니(옛 로얄토토)에서는 매년 한차례 기업의 이념에 부합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009년 ‘상상하는 뚜왈렛’전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참여작가 6인에게 지원하여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던 전시 ‘뒤샹의 변기에 대한 오마쥬’를 개최하였다. 2011년 올해의 전시에서는 예술을 실생활공간 안에서 더 쉽고 밀접하게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기능과 미를 넘나드는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를 선보이고자 한다. 이는 생활 속의 예술을 표방하는 갤러리로얄의 기업 이념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로얄은 커뮤니티
성격과 기업의 문화 참여적 성격이 강조된 곳이다. ‘화장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안락함이 있지만, 동시에 격리된 듯한 두려움의 공간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이러한
독특한 장소의 특수성으로 인해 현대미술 속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모티브를 제공해왔다. 인간의
본능과 직결된 곳으로 가장 내밀하면서도 원초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기능성이 강조된 디자인 작업을 통해
관람객과의 공감대를 보다 친밀하게 형성하기 위해 주거 공간 속 유쾌한 상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작가들로 선정하였다.
실 생활에서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욕실’ 이라는 협소하고도 또한 무한한 공간을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적 매체로 풀어내려 시도하였으며, 작가들의 노력이 일반 대중 그리고 산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전시에는 총 21인의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강형구의 작품들은 새로운 수용미학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의 수용미학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미적 관념을 벗어버리고, 가구라는 예술적 대상물이 갖는 유동적 특성을 고려한 실내공간에서의 새로운 조형적 체험과 우리 수용자들을 마주 대하게 만들고 있다. 고혜정은 조심스럽게 가볍고 투명하며 기하학적인 자연의 형상들을 모아 아름다운 작품들로 변형해 내는데, 그녀의 작품은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와 다양한 무늬의 표면이 만들어내는 연속성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고혜정의 작품들 속에서 자연 그 자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시적인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준용의 스파이크(작품 중 하나)는 마치 화선지에 먹물이 떨어져 번지는 것처럼 표현된 유리 볼(bowl)이다. 투명한 초록 유리 표면에 번진 진한 점들은 곧 유리 볼 밑으로 흘러내릴 것만 같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도저히 그려낼 수 없을 듯한 맑은 초록빛깔의 피부에 물들은 심연과도 같은 반점들은 유리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류수현의 가구작업에서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드로잉이다. 이 드로잉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이미지를 그리며 입체 형태를 가늠하고, 디테일과 구조를 풀어나간다. 그저 형태를 그리는 스케치가 아닌, 작품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감성과 직관이 모두 담기는 과정이다. 배정아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전통과 의식(儀式), 그리고 기억이다. 의도한 듯 시원시원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솜씨는, 사상은 바로 영혼과 직관적 무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자신의 관념과 일치한다.
여행을 통해 얻은 많은 것들은 작품에 때론 무의식적으로 때론 의식적으로 녹아 든다. 기억에 기대어 잊혀지지 않는 장면을 가지고 소통이라는 다른 주제와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이 오선희 작가 작업의 끝이다. 작가와 자연,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을 풀기 위해 주로 수평선적인 느낌을 표현한다. 원재선은 선을 기본으로 한 무한한 상상력은 자유로운 선들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지는 내부와 외부의 공간, 대칭과 비대칭 그리고 끝없는 선들과의 상호작용과 함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선들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보는 이의 시각마다 다른 작은 공간을 만들어간다. 위한림은 원목의 색채를 표현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최근의 작품에는 색채와 패턴을 강조한다. 이는 목재가 갖는 원초적 질감과 색상이 지니는 공간에서의 표현 한계성을 넘고자 하는 의도이다. 공간의 다양화와 차별화의 요구를 수용하는 목(木)가구의 다양한 시도가 새롭다. 윤장식의 도예 작품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 안에서 누구나가 접하는 세면기가 그의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기능성과 예술성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단지 관상 목적으로만 치부되는 도예작품을 생활 안에서 같이 숨쉬고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그의 세면기 작품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이재익의 작업은 태초의 생명이 시작된 시점부터 이어져온 삶의 본질과 미스터리,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어떻게 현실에 맞춰 변화되어 왔는지의 진화 과정을 그리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단조로움에 미적 매력을 느끼듯 이학주의 유리 작업은 여운을 남기는 비움의 여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서정적으로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그 여유는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이 된다. 장수홍 작가는 평생 흙을 만진 도예가이다. 흙을 다루며 그 결을 깨닫고 그 흙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미술의 가치로 승화시켜왔다. 이런 그가 '나무'로 눈길을 돌렸는데, 흙과 나무의 결을 파악하고 그 사이의 결에 주목하였다. 결 따라 리듬 있게 생긴 대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나무의자는 질박한 멋이 난다. 정여정은 결백한 자기표현을 전달하는 단순한 작가로써의 삶을 주장한다. 손의 움임으로써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자기 고백을 예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정호연은 고무나 먹 등을 금속과 함께 사용하여 장신구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장식이라는 것이 무엇을 치장하는 도구가 아닌 자아의 내면 세계를 내보일수 있는 소통의 미디엄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디엄의 이해와 그 것과의 소통은 작가에게 있어 가장 큰 목표이다. 정호정의 작업은 인간이 가지는 여러 감정에 대한 하나의 은유로서, 물을 그 대상으로 하며 움직이고 변화하는 물의 이미지와 형태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주소원은 여성 작가로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모성을 바탕으로 한 주제를 예술의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관조해 온 작가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향하는 소재는 주로 씨앗, 열매, 꽃봉오리 등의 식물이다.
차경철 작가는 금속과 유리의 결합 양식을 보여준다. 밴드
상태의 은이나 동 재료 구조 내부에 유리 블로잉을 가함으로써 유리의 성형은 금속재와 물리적 긴장 상태에서 어느 정도 규칙적인 근육 모양, 혹은 연속적인 돌기 모양의 파상구조물을 탄생시킨다. 천혜영의 작품은 ‘멈춤’으로
축약될 수 있는데, 벽면에 설치된 입체구조물들은 빛과 그림자 사이의 사물을 만듦으로써 멈춤이라는 화두를
시각화한다. 그는 동일한 형상의 사물이 각각 다른 형상인식을 결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편종필의 유리작업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구성의 일관성과 의미 있는 사고를 창조하는 함축적인 유형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며, 이런 도전을
호소력 있게 받아들인다. 그가 사용하는 디자인의 기본들은 복잡함과 개인적 이슈이다. 한상혜 작가가 섬유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반복과 대비를 보이는 시각 패턴은 기하학적 완결성과 더 이상 군더더기가 없는 패턴으로 해서 평면의 완고성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설치적 방법을 수용하면서 단순한 패턴은 사유의 결과로 미니멀한 형상이 주는 정제와 심각성을 우리에게
준다. Daniel K. Randall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힘의 형태에 매력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움직이며 내부의 개념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