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Oct, 2011 - 04 Dec, 2011
현대 미술가들에게 있어서 ‘꽃’은 단지 아름다움일까.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굳어진 대표적인 사물, 꽃. 그 아름다움 뒤쪽 보이지 않는 본질로 접근하는 것이 본 전시의 시작이다. 화려한
이미지에 잠재되어 있는 숨겨진 메시지의 노출을 통해 그 이면의 다른 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그 의미는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려진 바탕과, 경계를 넘어 존재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
어떤 사물이 그 자체로의 의미와 당연한 결합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의
삶 근처에서 사물들은 그저 각각의 존재 방식과 생명을 가지고 존재할 따름이다. 사물이 표상하는 모든
의미와 가치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게 된다. 친근함과 불길함,
고고함과 예민함 등 그 가치를 의식하거나 또한 그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이렇게 인간은
세상을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번안하기 위해 특정 사물이 가지는 특성들을 의인화하여 이해해 왔다. 체험의
구체성에 기반 하여 사물의 특성을 관찰한 결과를 통해, 세상을 낯설고 무의미한 상태에서 의미 표상의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 의미를 담은 많은 사물들 가운데 꽃은 그 다양하고 풍부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여기 6명의 작가들이 있다. 자신만의
색깔로 회화의 본질에 탐구를 계속해가는 6인의 중진 작가-김성수, 김은주, 김지원, 도윤희, 안창홍, 최진욱-는 작업을
통해 가시적으로 아름다움의 의미를 가지는 ‘꽃’의 이미지를 도구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것은 재현해낸
아름다움을 파괴하기도 하고, 작품의 표면을 둘러싼 환영보다는 잠재된 감각의 지층에 접근한다.
전시의 출발은 ‘꽃’ 이라는 이미지에 있는데, 그 의미와 생물학적 속성으로 작가들에게 이미 많은 모티브가 되고 있다. 동시대 미술에서 ‘새로움’에 대한 물음은 과거의 작가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았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하나의 사물을 통한 6명의 작가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과 회귀본능, 그리고 꽃과 그것의 내적 속성과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인식을 하나의 공간에 함축 시키는 것, 그것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간주관(間主觀)적 의미를 보다 통합적인 하나의 전망 안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미학적 사유일 것이다. 원초적이고 관능적인 감흥을 넘어 재현해낸 잠재된 감각으로 진정한 의미의 복수화를 실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