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Jan, 2013 - 17 Mar, 2013
개념적 리얼리즘 작가 황세준의 개인전이 2013.1.31부터 ‘목단행성’이라는 주제로 갤러리로얄에서 개최된다. 목단은 부귀와 명예, 부귀와 영화의 상징인 꽃이다. 이 꽃은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의 ‘꽃’이다. 오로지 돈과 물질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몰두해 있는 시대의 내면 풍경을 20여점의 신작을 통해 보여준다. ‘모란꽃’의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작가의 감성적인 감각을 더해 보여주고 있다. 풍요를 위해 몰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결핍되고 우울한 현실은 아이러니하기도, 또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현실 참여적 메시지를 쏟아내며 일반적인 민중미술과는 거리를 두고 개념 자체를 탐구해온 황세준 작가는 누추한 대상을 그리는 행위 자체로 삶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3월 17일까지 열린다.
1989년 첫 번째 개인전 이후 여덟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는 작가는 80년대에는 민주화 투쟁 속의 사람들을 그렸다. 그러나 작가의 방식은 어떤 외적인 목적을 위하여 소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림 속으로 현실을 끌어들여와 관조 가능한 거리를 확보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황세준 작가에게 그림은 삶을 조금 덜어내는 작업이자 동시대를 살아가기에 알맞은 자세, 일종의 윤리의식이다. 90년대에 잠시 그림 밖에 있었던 작가가 -대안공간 풀의 기획과 글을 통한 비평 작업 등- 2000년대에 다시 돌아와 치뤘던 개인전에서는 충분히 쓸쓸하고 사실적인 방식의 작업들을 선보였다. 섣부른 희망이나 절망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기. 아름다우며 동시에 눅눅한 삶의 비참함을 견뎌내는 작업들 이었다.
이번 전시 ‘목단행성’ 에서의 목단, 즉 모란은 부귀와 명예, 부귀와 영화의 상징인 꽃이다.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의 ‘꽃’이다. 지금의 한국은 물질적인 면에서 보면 불안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을 이뤄냈지만,
매사에 ‘더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목단행성은 이런 강박에 대한
우화이다. 결국은 나와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에 감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누추함을 보며 어떻게
더 애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질문해본다. 또한 왜곡되고 비틀어진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행위 자체로
삶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것을
되풀이하며 실재를 만들어내는 마음의 기술이다. 이것이 예술의 주술성이며, 그것을 믿는 예술가의 역할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4년에 중퇴하였다. 1989년 한강미술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쌈지 스페이스, 175갤러리, 갤러리 플랜트, 갤러리 나무 등에서 총 10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금호미술관, 아트스페이스 풀, 원앤제이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