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5 - 31 Mar, 2025
갤러리 로얄은 2025년 첫 전시로 최홍선과 곽경화 작가의 《The Tale: 맞닿음에 관한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2인전에서는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신작이 소개된다. 재료와 기법, 색의 수행적 탐구를 통해 구축된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특유의 명상적이면서도 시적인 정서가 담긴 작품들은 관람자를 새로운 차원의 몰입(flow)으로 초대하며, 이를 통해 내면의 감각과 사유를 일깨운다. 더불어, 두 사람이 최근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새롭게 발견한 교차점과 평행선, 그로부터 확장된 맞닿음의 서사를 선보인다. 각자의 시간과 기억, 겹겹이 쌓인 여정과 감정을 토대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두 작가는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예기치 않게 맞닿는 순간이 생긴다는 것을 인정한다.
최홍선은 흰색 조를 근간으로 작업하며, 내면에 각인된 특정 시공간의 기억이나 지나가는 것에 대한 덧없는 순간 등 작가 개인의 서사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찬가지로 흰색의 확장성을 더욱 극대화한 평면 작업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200여 종류의 흰색 유약을 오랜 시간 실험한 후 그의 마음에 가장 다가온 따스한 흰 빛의 유약을 탄생시켰다. 30여 년 동안 작가의 작업에 적용해 오고 있는 이 따뜻한 흰 빛은 단순히 단색으로의 흰색이 아닌 작가의 사유, 정신성, 최소한으로 남은 관념의 반영일 수 있겠다. 그는 평면 작업에서 수행적인 반복적 붓질을 통해 물감과 스크래치의 층을 쌓아 공간감을 만들고, 동시에 미묘한 색감을 드러내어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순수함과 온화함을 품은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을 위한 명상적 공간을 조성하며 그들의 깊은 사유를 유도할 것이다.
곽경화는 다양한 색들을 조합하며 자신만의 안료를 만들고 이를 회화, 조각 등에 접목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감정의 흐름이나 다양한 영감을 자신만의 색과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미세하고 독창적인 시각적 표현을 시도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자아와 감각을 탐구하는 도구이며, 작가의 내밀하고도 사적인 것들과 기억, 때로는 무의식의 욕구를 풀어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3점의 유령 시리즈 등 개성 있는 감각을 담은 세라믹 부조와 함께 다양한 시리즈의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작가가 만들어내고 쌓아온 독창적인 세계 속 색과 존재들의 혼합으로부터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