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22 - 24 Sep, 2022
DAYLIGHT & MOONLIGHT
2022.08.08 - 09.24
CHEROK, NOMA
‘예술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예술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은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을 거듭해왔다. 예술은 언제나 삶과 동떨어져 본 적이 없다. 주목 받았던 시대별 미술사조들은 모두 그 양식이 다르지만, 당시의 삶을 반영할 수 있는 표상의 방식을 고심했다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 우리 삶은 인플레이션, 사회, 정치적 갈등, 전쟁과 전염병 등 다양한 불안과 그림자 속에 놓여있다. 또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깊은 교류와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 사라져가면서 정서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메말라가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주목을 받는 미술가들이 있다. ‘일러스트 작가’라고 명명되는 작가들은 일명 ‘메이저 미술계’의 주요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데뷔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기 보다는, 작가
스스로 SNS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전시를 하며, 상업적
기획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온라인 작품 및 굿즈 판매, 페어 등을 통해 주로 활동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의 작품들이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는 점이다.
미술이 언제나 ‘하이 아트’의 영역에 다소 ‘고요히’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대중적 관심은 눈 여겨 볼
일이다. 대중들은 개념과 철학 중심의 현대 미술과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적잖은 무게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러스트 작품들은 일상적 소재, 친근한 형상과
색 등의 요소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장소를 초월한
SNS 영역에서 누구나 ‘좋아요’를 누르고 손쉽게
이미지들을 공유하여 정서적 위로를 얻기도 하며, <일러스트 페어>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원화를 담은 포스터나 다양한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적 관심과 인기는
단순히 장식적이고 흥미로운 이미지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 ‘일러스트
작가군’의 작품들이 현재 우리 삶에 갈급한 ‘소통’과 ‘공유’라는 키를 쥐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기획전 ‘DAYLIGHT&MOONLIGHT’에서는
이러한 ‘소통’과 ‘공유’, ‘치유’라는 동시대 중요한 키워드를 품은 두 작가 ‘CHEROK’과 ‘NOMA’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순수미술’과 ‘일러스트’라는 이중화된 범주와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감성과 영감으로 삶의 단면들을 표상하는 작품들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전시 명 ‘DAYLIGHT&MOONLIGHT’은
‘해와 달’, ‘낮과 밤’이라는
우리 삶의 기본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출발하였다. 이는 채록과 노마 작가의 작품에서 형식과 내용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삶의 기쁨’을 주제로 눈부시고 강렬한 색의
다채로운 일상을 그리는 채록 작가의 작품을 햇빛에, ‘치유’, ‘환상’ 등을 주제로 신비하고 은은한 색의 일상과 꿈의 접점을 그리는 노마 작가의 작품을 달빛에 비추어 상상해보고자
한다.
해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하루의 시작을 선물한다. 삶은 녹록하지 않지만, 우연히 본 한낮 풍경에서 평범한 나무 위로
보석 같은 햇빛들이 흩어질 때, 빛을 받은 물결이 일렁일 때, 찬란한
빛과 색의 향연을 보게 된다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채록의 작품들은 이러한 햇빛의 생동감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 빛을 더했다. 채록은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을 작가만의 색들로 환원한다. 주로 나무와 강, 바다와 같은 자연 풍경이나 크고 작은 건물 등을
단독으로 나타내거나 인물과 함께 배치하여 일상적 풍경을 표현한다.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여행의 장면을
기반으로 하기도 하며 거주지 근처의 특별하지 않은 장면들을 소재로 하는데, 작가만의 다양한 색들을 입혀서
기존의 장소, 풍경을 전혀 다른 장면으로 해석해낸다. 화려한
원색과 파스텔 톤의 색을 주로 사용하는데, 어두운 중간색이나 검정색은 거의 배제한다는 점이 특징이며
종종 작품에 하얀 파편적 형상들로 빛의 존재를 드러낸다. 슬픔과 좌절에 집중하는 것보다 희망적인 밝음과
기쁨을 표현하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처럼 작품들은 한낮의 밝은 햇빛 속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눅눅한 빨래를 말리기 위해 기다리는 햇빛처럼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지친 삶에 힘을 얻고 지나쳤던 많은
낮의 순간들이 생각보다 더욱 아름다웠음을 재고하게 된다.
햇빛을 통해 새로운 하루의 시작과 생기를 얻는다면, 달빛을 통해서는 하루의 마무리와 잔잔한 위로를 얻는다. 달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항상 같은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두운 하늘 속 나타난 달의 형상에 지난 일과를
빗대어 보기도 하면서 정령을 만난 듯 신비로움을 느낀다. 노마는 무거운 발걸음을 지고 하늘을 보았을
때 마주하는 달빛처럼, 작품을 통해 일상 속 고요하고 어둑한 순간들에 드리우는 은은한 위로의 빛을 그린다. 작가는 주로 작품마다 일정 방향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표현해내는데, 이는
강렬하지 않지만 신비롭고, 마치 구원의 한줄기 빛처럼 시선을 이끄는 힘이 있다. 노마는 일상적 경험과 관련한 장소, 이야기를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풍부한 상상을 더해 깊이 있는 작가만의 세계를 연출해낸다. 주로 실내,
외 공간을 뒤섞거나, 평범한 공간에 바다와 같은 자연 요소를 더하기도 하며 범상치 않은
동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특히 동물은 노마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동물이 인물보다 크게 자리하거나 하늘에서 빛과 함께 내려오는 등 마치 수호신처럼 인간과 동행하거나 교감하며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하곤 한다. 노마는 자연과 동물, 인물이
자유롭게 어우러진 장면들을 상상적 요소들로 엮어 일상의 영역을 환상의 지점으로 이끌어 올리며, 보는
이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공유한다.
눈부신 한낮의 햇빛과 신비롭고 따듯한 달빛에 비추어 본 채록과 노마의 작품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각자만의 다른 독특한 사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분명 두 작가는 친근한 일상적 이미지들과 쉽게 공감될 수 있는 감성을 토대로 팍팍한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소통’이라는 핵심적 화두를 공유한다. 두 작가는 동시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에 너무 심각하게 대답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소통’이라고 답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가장 작은 일상의 조각들을 기워 맞추고 여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날개를 달아 보는 이들이 깊이 공감하며 삶의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 OPENING RECEPTION
일시 : 2022.08.11 Thu 4:00
장소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709 B1 갤러리로얄
○ 예약 및 문의
② 02. 514. 1248
기획 및 주관 | 갤러리로얄
후원 | 로얄앤컴퍼니